또 샀다

자꾸 뭐를 많이 사는 것만 올리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다.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니 헛헛한 마음을 구매로 풀고 있는 듯하다 ㅋㅋ. 그래도 장비를 살 때는 항상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에 구매한 장비는 래더맨 사이드킥이다. 꽤 오랫동안 마음속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구매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마침 국내 총판이 바뀌는 타이밍에 파격 세일을 하길래 바로 샀다. 현재 환율을 고려해 봤을 때, 앞으로 이 가격이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엔트리 모델이지만, 래더맨은 래더맨

언제나 그렇듯 박스를 여는 순간은 늘 설렌다. 박스 사진

보증서 뙇. 영롱한 자태. 개봉 1 개봉 2

동봉된 쉬스에 넣어보았다. 초기 모델은 쉬스가 크고 투박한 대신 카라비너도 같이 줬던 것으로 아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쉬스를 예쁜 걸로 주는 게 더 좋다. 쉬스에 넣은 장면

툴 구성. 아웃도어를 위한 실전용 조합

전개한 모습. 왼쪽부터 고리, 캔/병따개, 끌/작은 드라이버, 톱날, 가운데에는 래더맨의 상징인 플라이어와 와이어커터가 있고, 오른쪽에는 큰 드라이버 2개가 있다. 전개한 장면

고리는 어디에 쓰는 건가 궁금해서 한참 찾아봤는데, 카라비너나 키홀더에 걸어서 쓰는 용도라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카라비너를 같이 줬던 모양이다.

외부에는 잠금장치가 달린 메인 칼날과 톱이 있다. 메인 칼날과 톱

마감과 사용감

멀티툴 명가인 래더맨답게 마감은 준수하고, 손에 잡히는 감촉도 좋았다. 엔트리 모델이라 고급 라인업처럼 정교한 맛까지 기대하긴 어렵지만, 야외에서 막 쓰는 풀사이즈 멀티툴이라는 목적에는 충분히 납득되는 만듦새다.

특히 다른 모델에는 잘 없는 스프링 액션 플라이어가 마음에 들었다. 플라이어를 반복해서 열고 닫아야 하는 작업에서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캠핑 환경에서는 뜨거운 손잡이를 잡거나, 와이어나 클립을 만지거나, 휘어진 금속 부품을 살짝 조정하는 일이 종종 생기는데, 그럴 때 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왜 사이드킥인가

가볍게 막 굴릴 수 있는 풀사이즈

여러 모델 중 사이드킥을 산 이유는 먼저, 엔트리 모델이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래더맨 차지도 꽤 오랫동안 잘 쓰고 있지만, 기능이 많고 만듦새가 좋은 만큼 무게와 가격이 부담스럽다. 좋은 장비일수록 오히려 막 굴리기가 쉽지 않은 순간도 있다.

사이드킥은 그런 면에서 엔트리 풀사이즈 멀티툴로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기능은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심리적으로도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캠핑이나 백패킹에서는 이런 ‘부담 없는 장비’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장비는 결국 가지고 나가야 의미가 있다. 너무 무겁거나 너무 비싸서 매번 챙길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장비보다는, 조금 투박하더라도 늘 배낭에 넣어둘 수 있는 장비가 실제 현장에서는 더 자주 쓰인다.

사이드킥 vs 윙맨: 나는 톱을 선택했다

형제 모델인 윙맨과는 꽤 오래 고민했다. 윙맨에는 톱이 없는 대신 가위가 있어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일상 EDC 용도라면 윙맨의 가위가 확실히 매력적이다. 종이, 포장재, 테이프, 택배 박스 같은 것을 자르는 일이 많다면 오히려 윙맨이 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용도는 도시형 EDC보다는 캠핑, 백패킹, 부시크래프트의 백업툴에 가깝다. 그래서 주저 없이 사이드킥을 선택했다.

물론 사이드킥의 톱으로 굵은 장작을 자르겠다는 생각은 무리다. 그런 작업은 접이식 톱이나 도끼 같은 전용 장비로 해야한다. 하지만 불쏘시개용 가지를 손질하거나, 간단한 토글을 만드는 정도라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야외에서는 가위보다 톱이 더 유용한 순간이 많다고 봤다.

현장에서 기대하는 역할

멀티툴 하나로 모든 야외 작업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무리다. 제대로 된 칼질은 픽스드 나이프가 더 안정적이고, 나무를 자르는 일은 풀사이즈 톱이 훨씬 효율적이다. 나사를 조이는 일도 전용 드라이버가 있다면 당연히 그쪽이 낫다.

하지만 멀티툴의 장점은 “최고의 성능”이 아니라 “항상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대응력”이다. 예상하지 못한 작은 문제를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다.

텐트나 타프 스트링을 정리해야 할 때. 스토브나 버너 주변 부품을 살짝 잡아줘야 할 때. 팩이나 클립이 휘어서 플라이어로 펴야 할 때. 파라코드, 케이블타이, 스트랩을 잘라야 할 때. 잔가지를 조금 정리해야 할 때. 작은 나사를 조여야 할 때.

이런 작업들은 하나하나만 보면 별것 아닌데, 막상 현장에서는 장비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편의성이 크게 달라진다. 사이드킥은 바로 이런 역할에 잘 맞는 모델이라고 봤다.

진짜 평가는 필드에서

새로운 장비를 들이니 또 몸이 근질근질하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한 번 나갔다 와야 할 듯하다.

결론적으로 사이드킥은 화려한 고급 멀티툴이라기보다는, 부담 없이 들고 다니며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쓰기 좋은 실전형 백업툴에 가깝다. 내 용도에는 꽤 잘 맞는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