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의 5.11 데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5.11 데이가 돌아왔다.

작년 5.11 데이에는 RUSH 24 백팩을 샀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메인 백팩으로 잘 쓰고 있다. 기회가 되면 다음 포스팅에서 RUSH 24 사용 후기도 따로 남겨볼까 한다. 아무튼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올해 5.11 데이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큰 걸 산 건 아니고,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아이템 두 가지를 구매했다.

바로 RUSH MOAB 3 슬링팩과 RUSH Tier System이다.

RUSH MOAB 3 슬링팩과 티어시스

5.11 Tactical?

5.11 Tactical은 미국의 택티컬 기어 브랜드다. 군, 경찰, 소방, 구조대 같은 전문 직군템을 위한 의류와 장비에서 출발했지만, 요즘은 EDC, 아웃도어, 여행, 캠핑용으로도 꽤 많이 쓰인다.

브랜드 이름인 5.11은 원래 암벽등반 난이도 등급에서 온 표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클라이밍 팬츠에서 시작했고, 이후 FBI 훈련용 팬츠로 채택되면서 택티컬 브랜드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가방, 의류, 신발,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브랜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5.11 제품의 매력은 “택티컬”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함보다는, 실제로 써보면 느껴지는 손에 잡히는 기능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머니 위치, 지퍼 방향, 몰리 시스템, 스트랩 구성 같은 것들이 그냥 멋으로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동선을 꽤 진지하게 고민한 느낌이 있다.

RUSH MOAB 3

슬링백이나 크로스백은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또 샀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에 쓰던 슬링백은 도심에서 쓰기엔 조금 컸고, 크로스백은 너무 작거나 기능이 답답했다. 결국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고,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말 그대로 알잘딱깔센 크로스백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RUSH MOAB 3였다.

MOAB는 Mobile Operation Attachment Bag의 약자라고 한다. 굳이 번역하면 “이동 작전 부착 가방” 정도가 될 것 같다. 뒤에 붙은 숫자는 대략적인 운용 시간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MOAB 3는 약 3시간 정도의 짧은 외출이나 활동을 위한 가방이고, RUSH 24는 이름 그대로 24시간 운용을 상정한 백팩이다.

물론 내 일상의 “작전”은 편의점 가기, 카페 가기, 딸랑구랑 산책하기 정도지만, 그래도 이런 세계관이 사나이의 뜨거운 마음을 자극한다.

개봉기

일단 크기 비교를 위해 500ml 페트병과 나란히 놓아봤다.

RUSH MOAB 3 슬링팩 크기 비교

보기에도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손에 들었을 때도, 몸에 걸쳤을 때도 딱 좋은 사이즈다.

뒷부분은 이렇게 생겼다. 다양한 방향으로 스트랩을 체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왼쪽 크로스, 오른쪽 크로스, 웨이스트백 형태까지 상황에 따라 바꿔 쓸 수 있다.

RUSH MOAB 3 뒷 부분

스트랩 체결 방식도 꽤 독특하다. 잘 풀 수 있어야 하지만, 쉽게 풀리면 안 되는 모순을 해결하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이런 디테일들이 즐겁다.

RUSH MOAB 3 스트랩 체결부

앞주머니의 앞쪽엔 두 개의 분리된 수납공간이 있다. 카드지갑이나 얇은 물건을 넣기 좋다. 키홀더도 달려 있어서 열쇠처럼 자주 꺼내는 물건을 찾기 쉽다.

RUSH MOAB 3 앞주머니

메인 수납공간 안쪽에는 벨크로 암컷이 붙어 있다. 덕분에 파우치나 오거나이저를 붙여서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RUSH MOAB 3 메인주머니

나는 이렇게 칫솔이나 펜 등을 휴대할 수 있도록 구성해봤다.

RUSH MOAB 3 벨크로

원래 MOAB 시리즈는 아래처럼 Tier System을 사용해서 RUSH 백팩과 체결해 쓰는 개념이다. RUSH 24 위에 얹어보니 위화감이 거의 없다. 마치 처음부터 한 세트였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이런 게 또 5.11 가방들의 재미인 것 같다.

RUSH MOAB 3과 RUSH 24 비교

사용 후기

처음 RUSH 24 백팩을 샀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몸에 착 붙고, 손의 동선 안에 항상 머물러 있으며, 보지 않고도 열고 닫고 물건을 꺼내기 좋다. 그냥 작은 가방이 아니라, 꽤 진지하게 설계된 EDC 캐리어라는 느낌이다.

특히 크기가 아주 적절하다. 이보다 크면 부담스럽고, 이보다 작으면 수납이 애매했을 것 같다. 지갑, 휴대폰, 이어폰, 작은 보조배터리, 키, 펜, 칫솔 정도를 넣기에 딱 좋다. 짧은 외출이나 여행지에서의 서브백으로도 상당히 쓸 만해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뽑기 운이 아주 좋지는 않았는지, 주머니 안쪽 마감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능상 큰 문제는 아니지만, 5.11 제품에 기대하는 기준이 있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다.

RUSH Tier System

이번에는 Tier System 소개다.

Tier System은 한 세트에 스트랩 네 개가 들어 있다.

RUSH Tier System

이렇게 생겼고, 가방 크기에 맞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사기 전에는 단순한 연결 스트랩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생각보다 구조가 좋다. 양쪽 방향에 몰리 체결부가 두 개씩 달려 있어서 꽤 견고하게 고정할 수 있다.

Tier System 전체모습 Tier System 앞부분 Tier System 뒷부분

기본적으로는 RUSH 백팩과 MOAB 시리즈를 연결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옆구리에 몰리만 달려 있다면 꼭 5.11 가방이 아니어도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방뿐만 아니라 캠핑 장비나 차량 수납, 여행용 세팅에도 응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RUSH 백팩을 출장이나 여행용으로 쓸 때, 캐리어 위에 올려놓고 싶은데 캐리어용 스트랩이 없어서 불편할 때가 많았다. 이때 Tier System을 이용해 스트랩을 설치하면, RUSH 백팩을 캐리어 손잡이에 손쉽게 고정할 수 있다.

이건 생각보다 꽤 편리하다. 원래 목적과는 조금 다르지만, 오히려 이런 식의 응용이 장비 쓰는 재미를 더해준다.

Tier System으로 구성한 캐리어용 스트랩

마치며

올해도 어김없이 5.11 Tactical은 전술적으로 내 지갑을 털어갔다.

가방이라는 게 결국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다 보니, 핏과 성능, 수납 구조, 마감이 참 중요하다. 디자인만 마음에 들어서는 오래 쓰기 어렵고, 기능만 좋아도 몸에 안 맞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RUSH MOAB 3는 꽤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단독으로 썼을 때의 실용성이 좋고, RUSH 24와 연결하는 재미도 있다. 작은 가방 하나 샀을 뿐인데, 일상 장비 세팅이 한 단계 정리된 느낌이다.

내년 5.11 데이에는 또 뭘 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