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냥 직화로 고기 구워 먹는 게 점점 심심하게 느껴졌다. 물론 직화도 맛있지만, 어디까지나 ‘고기 맛 그 자체’에 의존하는 느낌이랄까. 힘들게 그릴 들고가서 숯에 불 붙이고 고생하는데, 고기 쓱 구워먹고 1시간 만에 끝나면 조금 허무하다. 뭔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큰 맘 먹고 뚜껑달린 바베큐 그릴을 샀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족들과 함께 놀러가서 즐겁고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었다. 또 다이빙이 끝나고 버디들과 바닷가에서 그릴 꺼내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좋을듯. 사실 가족 앞에서 멋진 아빠가 되는게 가장 큰 모티베이션이었다.

가스 vs 차콜듯

그릴을 고르면서 제일 먼저 부딪힌 고민: 가스냐 차콜이냐.

  • 가스는 편하다. 버튼 한 번 누르면 불 켜지고, 온도 조절도 쉽다. 마치 ‘요리사가 된 듯한 느낌’을 줄 것 같다.
  • 하지만 차콜에는 절대적인 매력이 있다. 바로 불맛과 훈연향.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숯에 불 붙이는 그 과정이 좋다. 성냥 켜고, 바람 불어주고, 불씨가 조금씩 커지는 걸 지켜보는 순간… 왠지 진짜 남자가 된 기분이랄까. 캠핑에 가면 화로대로도 쓸 수 있으니 실용성도 충분하다. 그래서 이번 선택은 차콜. (언젠가는 가스도 한번 써보고 싶다. 편하니깐)

그릴 고르기

휴대용 그릴 종류가 많아서 며칠 동안 공부를 좀 했다. 일단 브랜드는 무족권 웨버여야했다. 웨버의 휴대용 차콜 그릴은 아래와 같다.

  • 고 애니웨어: 이름처럼 ‘어디든 들고 가라’는 컨셉. 크기가 작아 보이는데 의외로 크다. 햄버거 패티 여섯 개는 충분히 굽는다. 디자인도 귀엽다. 다만, 주로 직화 구이에 특화.
  • 스모키 조: 네 식구 정도 먹기 딱 좋은 사이즈. 본격적인 간접구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이즈가 애매하다.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점보 조: 이름에서 이미 답이 나온다. 패티 아홉 개를 한 번에! 여섯 명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뚜껑 걸이까지 있어서 실사용성도 최고.

결국 “이런 건 클수록 좋다”는 과거의 경험과 지혜를 따라 점보 조로 결정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들까지 같이 먹을 수 있고, 다이빙 버디들과 즐기기에도 딱이다. 작은 그릴로 ‘한 번 굽고 또 굽고’ 하느라 고생하는 것보다는 한 번에 크게 굽는 게 낫다. 왜냐하면 간접구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깐.

배송과 조립

박스샷
기본으로 프링글스 4통 사은품 보내주심. 감사 ㅠㅠ. 콜라캔은 크기 비교.

드디어 배송된 상자를 열었는데… 와, 크다. 순간 ‘이거 진짜 휴대용 맞아?’ 싶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납득됐다. 휴대성이야 조금 불편해도, 거거익선이니까.

조립시작
조립 시작.

조립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설명서에는 글자가 하나도 없고 그림만 있어서 순간 당황했는데, 오히려 직관적이라 괜찮았다. 예전에 레고랑 프라모델 조립하던 기억이 떠올라 즐겁게 조립할 수 있었다. 일자 드라이버 하나면 충분했다.

조립완료
대략 이정도 크기.

만듦새는 역시 Made in USA. 조금 투박하긴 한데, 그게 오히려 튼튼해 보였다. 반짝거리는 법랑 마감도 예쁘고,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바베큐 명가의 고민이 느껴졌다.

점보조
바람막이도 되는 웨버 점보조 뚜껑 거치대

앞으로의 각오

이제 진짜 중요한 건… 빨리 나가서 써보는 것! 요즘 날씨도 좋고, 상상만 해도 설렌다. 그런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 그릴 하나 산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라. 집게, 숯, 장갑,… 필요한 게 끝도 없다. 그릴 값 만큼 악세사리 값이 나간다… 아… 다시 개미지옥이 ㅠㅠ

그래도 다짐했다. 100번은 써서 본전 뽑자!

한 달에 두 번씩만 해도 4년이면 된다. 그동안 가족이랑 친구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고, 고기 굽는 냄새에 행복해한다면 남는 장사 아닐까.

사은품
혜자 이벤트 혜택. 트래블러 레드 그릴 주세요 젭알 ㅠㅠ. (이런거 당첨된 적 없음)